
메모리 호황의 수혜주, 그리고 가격에 실린 기대
마이크론 주가가 올해 들어 200%를 넘게 올랐다. 8월 미국 증시에서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종목군이 메모리였고, 그 한가운데에 마이크론이 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 용량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면서, 과거 사이클과는 다른 수요 곡선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많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메모리 업황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 발주 계획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D램, 낸드, HBM을 모두 만드는 종합 메모리 회사다.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면 실적이 좋아지고, HBM이 늘면 믹스가 개선된다. 두 엔진이 동시에 돌아가는 국면이라 이익 증가 속도가 매출보다 훨씬 가팔랐다. 다음 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년 대비 세 자릿수로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매출은 두 배가 되는데 이익은 열 배가 되는, 전형적인 메모리 상승 사이클의 모습이다.
다만 이 구조에는 분명한 그늘이 있다. 메모리는 여전히 장치산업이고, 설비 증설이 끝나는 시점에 수요가 꺾이면 가격이 먼저 무너진다. 지금 주가에는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는 시나리오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전제가 흔들릴 때 조정 폭도 커진다는 뜻이다. 실적이 좋다는 사실과 주가가 싸다는 판단은 서로 다른 문제다. 나는 이 둘을 항상 구분해서 보려고 한다.
SK하이닉스와의 HBM 점유율 격차
마이크론을 볼 때 가장 구체적인 변수는 HBM 점유율이다.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25년 3분기 HBM 매출에서 SK하이닉스가 약 57%, 마이크론이 약 21% 수준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를 삼성전자가 가져가는 구도다. 1등과 3등의 격차가 두 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같은 AI 수혜주로 묶여도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이렇게 다르다.
문제는 이 격차가 고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HBM4 세대로 넘어가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이 바뀌었고, 공급처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마이크론은 컴퓨텍스 2026에서 HBM4 라인업을 공개하며 기술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비디아와 AMD 입장에서는 공급사 한 곳에 의존하는 게 위험하니, 2위와 3위에게도 물량을 나눠줄 이유가 충분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분기의 관전 포인트는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이 21%에서 어디까지 올라오느냐다. 여기서 점유율이 30% 근처까지 회복되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설명이 되고, 20% 초반에 묶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참고로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은 10배 안팎, SK하이닉스는 6배 초반 수준으로 거래된 시기가 있었다. 시장이 마이크론에 프리미엄을 주는 이유가 바로 이 점유율 회복 기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기대가 이미 값에 들어가 있다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내가 마이크론을 볼 때 확인하는 다섯 가지
첫째, 분기 실적에서 HBM 매출 비중이다. 회사가 전체 매출 대비 HBM 비중을 언급하는지, 그 수치가 직전 분기보다 올라갔는지를 먼저 본다. 비중이 정체하면 나머지 숫자가 좋아도 감점으로 처리한다. 범용 D램 가격 덕에 좋아진 실적인지, HBM 덕에 좋아진 실적인지를 갈라야 다음 분기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음 해 HBM 물량이 이미 계약됐는지 여부다. 메모리 업체가 연간 물량을 선판매했다고 밝히는 건 가격 협상력이 살아 있다는 신호로 읽는다. 셋째, 범용 D램 가격 추이다. HBM만 보다가 범용 가격이 꺾이는 걸 놓치면 전체 이익률이 흔들린다. 넷째, 설비투자 계획이다. 업계 전체 증설 규모가 수요 증가분을 넘어서는 순간이 사이클의 고점 부근인 경우가 많았다.
다섯째, 고객 구성이다. 매출이 특정 고객 두세 곳에 몰려 있으면 그 고객의 발주 계획이 곧 마이크론의 실적이 된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중 두 개 이상에서 방향이 꺾이면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정해뒀다. 지금은 하나도 꺾이지 않았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온 만큼 새로 담기보다 들고 있는 물량을 지키는 구간이라고 본다. 여러분도 본인의 매수 근거를 다섯 줄로 적어두고 분기 실적마다 하나씩 지워보거나 채워보시길 권한다. 근거가 세 줄 아래로 줄어들면 그때가 정리할 시점이다.